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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

혼란했던 2024년 회고

by 랩인턴 중인 학부생 땅콩 2024. 12. 31.

머리아파 낳은 논문들아, 셋 다 찰싹찰싹 붙어주렴.

 

2022년 7월에 연구를 처음 시작했으니 내년에는 벌써 4년차네요. 곧 있으면 제가 총을 쐈던 시간만큼 연구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다가도, 그 힘들었던 시간이 모두 미화되고 그저 이력서에 한 줄로 남기까지 고작 몇 년 밖에 걸리지 않는구나 싶어 다행스럽습니다. 동시에 나는 왜 아직도 학부생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지만, 정말 한 학기 남았으니까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그래서 올 한 해가 어땠냐면요... 어땠냐면...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저는 스스로가 주제를 막론하고 광범위한 HCI 안에서의 연구라면 뭐든 열정을 갖고 끝까지 잘 해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생판 처음 보는 버추얼 아이돌과 그 팬들의 복잡한 시각을 머글인 제가 파헤친다는 건 쉽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실질적인 Problem 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연구를 한다는 건 그냥 "논문을 쓴다"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그 힘듦을 상쇄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초반에 고려하지 못하고 1저자를 맡아서 큰 책임을 지게 되었고, 이건 곧 팀에 폐를 끼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제가 무엇을 하고 싶지 않은지 보았습니다. 작년엔 연구라는 행위가 마냥 좋았다면 말이죠. 이렇게 점차 다듬어지는 거겠죠. 저와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를 찾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R&R을 기점으로 무기력과 우울에서 빠져나온 줄 알았는데, 이 한 마디를 계기로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요. 얘넨 그냥 평생 저랑 같이 살겠구나 싶습니다 이제. 그래도 뭐 나쁘지 않다는 것도 같이 알게 됐으니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빠는 항상 마음을 굳게 먹으라고 하시는데, 저는 2025년엔 약을 좀 꾸준히 먹어볼게요... 아빠 미안... 그래서 지금은 그냥 리비전 후 제출해놓은 버전이 accept 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아 어두운 얘기만 했는데 즐거운 일도 있었습니다... 근데 쉬발 too many 쒸발놈 in this 좆만한 country...........

 

하지만 그만큼 좋은 친구들이 제 곁을 지켜주었죠. 특히 올해 초에는 사랑을 쟁취했습니다. 덕분에 올해 세상이 저를 공격한다고 느낄 때마다 그에게 의지를 많이 했지요. 그는 제 편이었고 그게 저를 한 해 더 살게 했어요. 버티는 것도 삶이라더니, 온갖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살아냈습니다. 그래서, 2024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른 건 다 모르겠고, 그냥 제가 장해요. 그리고 소중한 연인과, 제게 발레를 가르쳐준 순록과 내 울음을 달래줬던 친구들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제가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미안해요.   

 

많은 일이 있었다고 했죠. 좋은 소식부터 최신순으로 전하자면요. 1) 살아있다. 2) 자대 연구실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3)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제작했습니다! WOW! 프로페셔널! 놀러오세요! https://dakyeomahn.info/ 4) 논문을 올해 3편 submission 했습니다. 그 중 한편은 이번이 3번째 제출이라, 처음보다 훨씬 좋은 원고가 되었답니다. 5) 아, 학회 리뷰어도 해보았습니다. 다행이 invite를 해주시더라구요. 6) 동해(어달)에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즐거웠어요. 밤바다의 스파츌라와 소주와 회, 낮의 비키니... 7) 체교과 졸업 요건인 기계체조 졸실과 교생실습을 해치웠습니다.

안 좋은 소식은... 말해서 뭐합니까. 덕분에 철이 좀 들었다 정도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참 올해는 유독 안팎으로 소란하고 참 힘드네요. 당황스럽고 슬픈 일들이 많았습니다. 다 아시겠지만요.

그래도 내년에는, 상황이 어떻든 내부를 좀 더 살피며 살아야 쓰겠습니다. 올해 체중 변화가 초안을 쓰면서 +3kg, 리비전을 하면서 -3kg 정도 있었습니다. 아주 심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때 너무 먹거나, 너무 안 먹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누가 밥 걱정을 해주면 "겨를이 없었다"라고 종종 말하고 다녔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항상 건강, 운동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막상 저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다른 사람 걱정은 그렇게 하더니! 

 

다른 목표도 이미 월별 계획까지 세워놨지만 이만 줄입니다. 

 

내년엔 석사과정을 시작합니다. 

평온한 한 해를 보낼 수 있길 바라며. 

 

올해도 매우 애쓰셨습니다. 2025년, 모두 심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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