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빅데이터
스포츠 빅데이터라는 주제를 꺼내면서 이 야구 영화/책 이야기를 생략할 수 없다. OOO은 스포츠 빅데이터의 원조 격인 세이버메트릭스가 일반 팬들에게 처음 주목받게 만든 원천이다. 제목을 짐작한 독자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바로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2011)>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머니볼>은 최하위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어떻게 선수 데이터를 활용하여 팀을 리빌딩하고 성공을 거두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2020년 현재는 타구 방향 분석을 토대로 수비수의 위치를 옮기는 수비 시프트 등이 메이저리그의 관행이 되었고, ‘빅데이터 베이스볼’이라고 말할 정도로 야구에서 빅데이터가 함께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럽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물을 것이다. 그래서 빅데이터가 뭔데?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제 4차산업혁명이 주창된 이후로, 빅데이터 분석 역시 많은 사람의 관심분야가 되었다. 빅데이터란 기존 데이터 베이스나 소프트웨어로 저장˙관리˙분석하기 어려운 규모의 자료로, 기존 데이터와 비교하여 크기가 매우 크고 급속도로 증가하는 특징을 가진 데이터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십 테라 바이트 혹은 페타바이트 이상 규모의 데이터량(Volume), 문자, 이미지, 영상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 등의 데이터 종류의 다양성(Variety), 그리고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 및 분석할 수 있는 **속도(Velocity)**라는 세가지 특성(3V)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기술 발전과 동반된 디바이스, 통신 네트워크와 인프라의 발전, 그리고 프로슈머라고 불리는 생산과 소비 주체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이렇게 생성된 빅데이터는 기존 데이터와 비교하여 저장, 검색, 관리, 공유의 단계에 분석과 추론의 과정이 추가되어 기존 정보화 시대의 데이터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스포츠에서도 팬 경험, 선수, 경기 기록, 시설, 퍼포먼스 등 유용한 데이터의 원천은 다양하다.
스포츠 빅데이터 시장은 성장세
스포츠 빅데이터 분석 시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첨단기술을 스포츠에 접목한 ‘스포츠 테크(tech)’시장에 속한다. 미국 Grand View Research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스포츠 테크 시장은 연평균 약 20% 성장하여 2025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3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로 약 42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더해 Research and Markets(2018) 역시 스포츠 데이터 분석 시장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약 40.1%로 가파르게 성장하여 2022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40억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스포츠 빅데이터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스포츠 빅데이터 산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빅데이터에 대한 정부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데이터 가치사슬(데이터의 수집·저장·유통·활용) 전반에 걸쳐 한국 스포츠 산업 내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데이터 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전환점으로 ‘제3차 스포츠산업 중장기 계획(2019-2023)’을 수립했다. 이 중장기 계획의 5대 전략 중 하나인 ‘첨단기술기반 시장 활성화’의 세부과제로 ‘스포츠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있다. 그리고 이 세부과제로 ‘스포츠데이터 체계 확립 및 연구’와 ‘스포츠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인프라 조성’이 있다. 데이터 이용 제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글로벌 데이터 산업 육성의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의미이다. 위 계획은 『스포츠산업진흥법』 제5조에 근거한 법정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 스포츠 빅데이터 생태계는 누가 구성하고 있을까? 공공개발영역에 정부와 지자체, 일반 개인 영역에는 생활체육 주체와 전문 체육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협회, 프로구단, 학계, 스포츠교육기관 및 기업이 포함된 민간 영역이 생태계를 구성한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스포츠 이벤트 소비자(팬) 등 다른 구성원도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데이터 생성-수집-저장, 분석, 재가공-서비스 창출-공유 유통-서비스 이용-재생성’으로 표현된 빅데이터의 흐름(조지연 외, 2012) 안에서 소비자·행위자·분해자(가치생산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이다.
빅데이터가 들려주는 스포츠
그럼, 스포츠 빅데이터를 주축으로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 SW에는 무엇이 있을까? 유명한 MLB의 스탯캐스트, NBA 클리퍼스 코트 비전과 캐타펄트의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인 플레이어를 간단히 예시로 들어보려고 한다. 이들의 핵심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이 융합되어 스포츠 경기 관람과 실천의 재미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MLB에서 활용되는 STATCAST이다. 메이저 리그 야구장에 설치된 레이더 장비와 함께 고해상도 광학 카메라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 기술은, 주어진 시간에 경기장에서 공과 선수의 위치, 움직임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 홈플레이트 뒤에 설치된 레이더로 초당 20000 프레임으로 속도, 거리, 방향을 추적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두가지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 하나는 중계와 팬, 미디어를 대상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경기 중 측정된 공의 거리, 속도와 각도, 확률 등을 가상 그래픽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팀 내 선수 평가를 위해서 선수들의 스탯을 분석하는 것이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도입하여 분석된 데이터는 선수 관리법과 경기 전략의 수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편 KBO리그의 경기 데이터는 SPORTS2i라는 스포츠 트래킹 및 데이터 분석 회사가 제공, KBO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NBA의 클리퍼스 코트 비전(Clippers Court Vision)이다. 세컨드스펙트럼이라는 영국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코트 비전은 NBA 경기장의 카메라를 사용하여 공과 선수 위치 및 움직임을 포함한 3D공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는 아마존웹서비스에서 실시간 저장 및 분석이 이루어진다. 이 데이터는 클리퍼스 팀의 중계 방송에 증강된 그래픽 오버레이를 실시간으로 생성,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 옵션과 클리퍼스 코트 비전 모드를 제공한다.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농구 코트의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를 볼 수 있게 하여 사용자가 개인화된 OTT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도구이다. 이런 기술이 적용된다면 KBL도 조금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다음은 캐터펄트(Catapult)사의 플레이어(Playr)라는 제품으로, GPS와 관성 측정 움직임 센서를 활용한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이다. 원형 모양의 스마트 파드를 스마트 베스트에 장착해서 착용하고 축구를 하면 선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앞의 예시가 공과 선수의 움직임 모두를 분석해서 누가 누구에게 어시스트 했는지 보여준다면, 플레이어는 선수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모은다. 선수의 뛰는 속도와 심박수는 물론이고 어느 방향으로 미세하게 가속하고 감속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모이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실제로 선수가 얼마나 활동했는지를 플레이어 로드 즉 선수 부담도라는 지표로 계산하여 어플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즉, 단순 거리를 넘어 선수의 몸에 얼마나 무리가 가는지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훈련법을 제시하고 선수의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스포츠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핏투게더’라는 회사가 K리그의 데이터 분석을 맡고 있다.
스포츠 빅데이터, 독인가 약인가?
이제 빅데이터 기술이 스포츠에 가져온 이익을 선수, 팬, 구단, 기업의 네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선수의 관점에서 보면, 플레이어처럼 직접 운동을 하는 전문 또는 생활체육 선수들에게 개인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에서 빅데이터는 선수들이 개인의 운동능력 및 경기력 향상 뿐만 아니라, 부상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게 반가운 변화이다.
이어 세컨드스펙트럼의 코트 비전처럼 수집, 분석된 빅데이터에 실시간 그래픽까지 더해진 중계방송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스포츠 빅데이터를 통해 팬들의 즐거움이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는 스포츠 데이터를 단순 통계에서 팬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데이터를 통해 경기를 직접 분석해보고, 예측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팬 경험 및 경기 몰입 극대화 측면에서도 스포츠를 즐기는 재미를 다각화할 수 있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보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재미이다. 스포츠는 “It’s gotta be fun”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빅데이터는 스포츠 팬들에게 유용한 도구를 주었다.
스포츠 빅데이터는 구단에게도 많은 이득을 안겨준다. 앞서 보여드린 스탯캐스트의 사례에서 빅데이터가 경기 전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선수 육성, 팀의 승리 뿐만 아니라 구단의 돈을 아끼는 것에도 사용될 수 있다. 빅데이터가 사용되지 않았던 시기의 선수 선발은 일부 사람들의 단순한 직관 또는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머니 볼>처럼 구단은 선수 발굴,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구단의 가장 큰 지출원인 선수 인건비의 효율적인 사용은 곧 구단의 경영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또한 새로운 스포츠 파생 상품으로서도 스포츠 빅데이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 빅데이터 산업의 또다른 수혜자이자 리더가 되는 것은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스포츠 빅데이터 시장이성장하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에서, 기업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데이터 수집, 분석, 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현재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빅데이터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시각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리스크와 도전과제를 잊은 채 밝은 면만 보다가는 균형잡힌 시각을 잃을 수 있다. 우선 스포츠 빅데이터 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련 모든 분야의 걱정거리로 손꼽히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가 있다. 수집된 생체 데이터가 마구잡이로 노출된다거나, 악용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보안이라는 이슈는 앞으로의 스포츠 빅데이터 산업에 있어 중대한 문제이다. 그만큼 법률, 정책 등 국가 개입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빅데이터 보안 프로토콜 및 데이터 트래픽 법률, 그리고 관할권의 확립이 시장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져아 한다.
또 다른 이슈는 빅데이터의 접목으로 예측 불가능했던 스포츠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전통적 의미에서의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컴퓨터의 개입이 인간이 하는 스포츠를 구성하는 불확실성, 그리고 인위적 비효율성 등의 요소들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각종 종목에서 빅데이터의 활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 빅데이터가 스포츠에서 어느 정도까지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스포츠 내 의사결정시 과도하게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무분별한 맹목적 사용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갖고 활용한다면 기술과 스포츠가 무사히 공존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기술의 접목으로 인한 스포츠의 내재적 가치 변화 및 보존에 대해서 역시 다학제적 연구와 관계자 모두의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에 빅데이터를 비롯한 신기술이 계속해서 도입되어도, 스포츠를 하는 주체는 인간이기에 이를 조정하고 조율하는 힘은 결국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지켜야 할 스포츠의 가치에 무엇이 있으며, 기술과 스포츠가 균형을 이루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해보자.
2020.09 안다겸 adklys@snu.ac.kr
노션을 뒤적뒤적 하다가 2학년 때 썼던 기사를 발견해서, 살포시 아카이빙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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